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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에세이 출간 안내] 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첫 책 출간 안내 드립니다. 그간 직장인 현생 에세이 『신입사원 김사자』 를 작성해 왔었는데요, 개중에 몇몇 에피소드를 발췌하여 에세이집을 엮었습니다 :-) 제목은 『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입니다 ㅎㅎㅎㅎ 친구들 사이선 줄임말인 #대들끝 으로 불리고 있어요 ㅎㅎ (우리한테 대들면 끝난다 ??) 사원증이 쌔삥이었던 시절부터 지방근무에 퇴사 욕구 뿜뿜인 날까지, 우리 회사생활의 거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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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9 광팔이들의 시대 고스톱을 배웠다. '노름이 아니라 재밌는 놀이'라는 손에 이끌려서. 명절 할아버지 댁에서도 마다하던 걸 이제 와서 왜 배운진 모르겠지만 알려준다니 일단 앉아봤다. 기본적인 룰만 알면 금방 칠 수 있다더니 판이 몇 번 돌자 정말로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네 번째 판에선 꽤 크게 이기기도 했고. 여러 규칙 중 ‘광박’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누군가 끗수가 가장 높은 패인 광(光)으로 승점을 냈을 때, 그걸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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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8 동쪽에서 귀인이 온다 연초면 특히나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 있다. 신년운세. 토정비결. 그리고 사주풀이.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즐겨보는 액티비티로 재미 반 호기심 반 확인해보는 것들이다. 초등학생 시절 종이 신문 끄트머리에 실린 오늘의 운세를 읽었을남직한 회사원들은 잔을 채우다 말고 사주팔자 앱을 검색했다. 무료임에도 꽤나 정확하다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킥킥대며 다운 받은 앱에다 생년월일 그리고 시간을 입력했고 볼이 발개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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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7 실속 있는 친구들 대학교 선배가 연락 왔다. 모처럼 모이잰다. 결혼 후엔 얼굴을 보기 힘들던 형이었다. 그런 양반이 먼저 얼굴 보자 연락을 주다니, 별일이라 생각하면서 ‘참석’ 투표를 눌렀다. 금요일 저녁 도착한 약속 장소엔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결혼식이 마지막 만남이었으니 아마도 넉 달 만이었을 거다. 격주마다 삼겹살을 굽던 예전같이, 해장용 짬뽕 앞에서 떠들던 이전처럼 왁자지껄했다. 일 얘기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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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6 손톱을 깎다가 소파에 기대 누워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웹툰을 슥슥 내려가며 읽는데 손가락에 달이 떴더라. 초승달 보다 얇던 손톱 모서리가 어느새 상현달 만큼 차올랐다. 여러 번 자르기 귀찮아서 바짝 깎는데도 벌써 또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보다. 언제나처럼 찬장을 열어 손톱깎이 세트를 꺼냈고 책장 구석의 진급 교육 교본을 펼쳐 아래에 깔았다. 따봉 자세로 펼친 엄지에 손톱깎이를 댔는데 깎아야 하는 모서리 라인이 잘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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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5 채식만은 힘들겠지만 채식을 더 해보게요 친구가 홈짐을 차렸다기에 구경 갔다. 청파동 빌라 거실에는 어엿한 프리 웨이트 존이 형성돼 있었고 새로 들였다는 기구들을 만져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집 안에서 바벨에 원판 끼워 데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니! 기가 막혔다. 방 안에서 밀리터리 프레스가 가능하다니! 코가 막혔다. 헬창들의 목표인 홈짐을 마련한 그는 꿈을 이룬 청년이었다. 팔짱 낀 채로 방문객들의 리액션을 감상하던 청파 GYM 관장님께선 흡족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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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4 템플스테이의 반항아들 지하철 9호선 봉은사 역의 ‘봉은사’가 정말로 봉은寺였음을 알게 된 건 우습게도 얼마 전이었다. 서식지인 여의도에서 꽤 먼 거리이기도 했고 갈 일도 없어 관심이 없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사찰이 도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친구에게 받을 게 있어 봉은사 역 어귀에 위치한 그의 집 쪽으로 향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한참은 남았기에 1번 출구로 나와 어슬렁 걸음으로 대로를 걸었다. 초 역세권이니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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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3 기꺼이 저녁밥을 짓는 마음 깨끗이 손 씻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두부 한 모, 팽이 버섯 한 봉지, 청홍고추 각 하나씩, 깐 마늘 일곱 알에, 대파 반대, 찌개용 돼지 목살 200g, 그리고 묵은 김치. 꺼낸 고기에 칼집을 살살 내어 생강가루로 잡내를 잡고 소금이랑 후추로 밑간을 했다. 전골용 냄비에 올리브기름을 둘러 설렁설렁 볶는다. 메조 포르테의 속도로 지글대는 소리에 반해 안단테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내 손. 이젠 불을 살짝 줄이고 두부와 버섯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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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2 왜 돈도 안 되는 글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주말 뭐 할 거냐?” “글 쓸걸.” “꼴랑 이틀 쉬는 주말을 돈 안 되는 거 하느라 다 보내냐?” “닥쳐, 인마.” 글을 쓴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는 말에 대고 호기롭게 쏘아붙이긴 했다만 사실 돈 안 되는 거 맞다. 가까운 친구부터 애매하게 친한 분들까지 뭐가 그리 궁금한진 몰라도 이쯤 되면 대답해 드려야하지 않을까도 싶다. 왜 돈도 안 되는 글을 주구장창 쓰냐는 그 물음에 대해서. 보통 처음엔 신기해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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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1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기억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피하고 싶던 경험은 충치 치료였던 것 같다. 처음 치과 가던 날, 코 끝을 찌르는 특유의 냄새에 온몸을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서운 냄새에 후각을 지배 당한 것에 모자라 더 무서운 소리까지 들려왔다. 뭔가를 깎고 자르는 듯한 효과음이었다. ‘위잉 윙-’ ‘쉬이-이익’ 할아버지 동네 철물점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날카로운 마찰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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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10 반품 연대기 : 초록이, 상담원 그리고 냉장고 목이 말라 냉장고 문에 손을 댔다가 그냥 찬장에 쟁여뒀던 물을 꺼내 마셨다. 미지근한 목 넘김이 별로였지만 그 녀석을 마주하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매주 토요일엔 한 주간 먹을 식량을 배송받곤 한다. 대문 앞에 놓인 커다란 종이봉투에 잠시 흐뭇해한 후 곧바로 급해지는 마음. 빨리 냉장고에 넣어줘야 하는 신선식품이 이번 주엔 특히나 많았다. 5일간 열심히 출퇴근했으니 주말엔 단백질 혹은 프로틴을 섭취해 줘야 마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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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9 예민하게 그냥 보통날처럼 토요일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다섯 시간밖에 못 잤지만 블라인드 사이로 콕콕 찔러대는 햇빛이 성가셔서 그냥 떠 버렸다. 누운 채로 웹툰을 들여다보던 시야에 뭔가 포착됐다. 방바닥의 머리카락. 긴 머리카락. 지난주에 여동생이 왔다 간 뒤 바로 청소를 했는데 어디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 10평짜리 집에 무슨 영화처럼 숨어 사는 사람이 있을 것도 아니고. 그대로 일어나서 청소기로 바닥을 주르륵 훑었다. 출근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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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8 그날의 분위기 평소보다 10분은 이르게 집에서 나선 아침이었다. 금요일 다음으로 행복한 목요일. 기분 좋게 사무실로 들어와 인사를 했다. “굿모닝~ 안녕하세요!” 평소 같았으면 “응~ 안녕~” 다정 무심히 받아줬을 대각선 선배가 말없이 눈짓을 했다. 크게 한 번 동그래졌다가 위에서 아래로 휙휙 움직이는 눈. 와씨, 눈썹과 턱까지 동원해 신호 보내는 걸 보면 분명 심각한 상황이다. 소리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얼른 PC를 켰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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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7 숫자랑 덜 친해요 분석은 좀 지루하구요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도로 4년을 보내며 듣던 가장 많은 말은 '경제? 보기와는 다르게 똑똑해 보여~' (보기와는 다르게? 보기와 다르게?!) 두번째로 많이 들었던 건 '경제? 어렵겠다!' (죽겠더라) 그리고 가장 많이 들던 생각은 '나 숫자랑 참 안 맞다' 중학교 땐 수학과 친해지고 싶었다. 방학이면 학원을 세개씩 다녔고 자의반 타의반 수학책만 종일 들여다본 날도 있었다. 덕분에 제법 친해졌다. 아니, 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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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6 사실 그때 나 야근 안 했었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몇가지 안 좋은 점은 ‘야근’이란 게 있다는 거고, 몇 안 되는 좋은 건 그 단어를 넣으면 거의 모든 경우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마법의 문장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어떡하지? 나 오늘 야근이야.” 야근을 한다니. 조직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의례 공감이 바탕이 된 동정을 하게 되는 말이다. 그 슬프고 잔인한 단어에 대고 쯧쯧 혀를 차다 보면 뒤따르는 다음 문장은 흘려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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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5 태닝 완전 정복 친구들과 수영장으로 유명한 제주도 리조트에 다녀왔다. 다년 간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몸들을 앞세워 야외 수영장으로 입성한 우리는 소년으로 돌아가 물장구 쳤다. 한참을 첨벙거리다 중간중간 찍었던 사진을 확인하려고 연 핸드폰 사진첩에는 물 묻히고 웃는 흰둥이 세마리가 있었다. 딱 벌어진 가슴팍은 허여멀건한 그 색깔과 부조화스러웠고 팔뚝은 굵기를 떠나서 껍질 벗겨 놓은 참마를 연상케 했다. 가장 몸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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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4 아쉽지 않은 남자와 더 아쉽지 않은 여자가 만났을 때 왠일로 이 형이 점심 먹자며 연락 왔다 싶었다. 회사 선배이자 친한 형과 로비에서 만나 근처 몰에 위치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가게는 안에서도 밖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고 마치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음식을 기다리며 간단한 근황을 나누는 중에 대화 상대와 아이컨택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늘대는 원피스나 짧은 스커트들이 지나갈 때 형의 입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눈은 그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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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3 40퍼센트 ‘선배님, 저 사실 요즘 너무 힘듭니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후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따뜻하게 챙겨주거나 어줍잖은 조언을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깐. 월 마감을 무사히 끝낸 오후는 꽤나 여유로웠다. 팀장님 이하 고참 선배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새를 틈타 커피나 사와야겠다 싶어 일어났다. 순간, 대각선 파티션 넘어 머리 하나가 퐁 튀어 올랐다. 뛰어오른 두더지는 반년 전쯤 입사한 두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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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2 억지로 영어 공부 중인데요 토요일 아침 9시, 가평 리조트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화상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왁자지껄한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브리티시 엑센트의 런더너와 에어비앤비 인원 감축 이슈에 대한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놀러가는 와중에 그거 꼭 해야 하나고 참 어지간한 놈이라 소리를 들어가며 꿋꿋하게 수업에 참여했다. 웨이크 보드 타러 가기로 한 친구들과의 약속도 중요했으나 주말 아침에 화상 영어 수업을 예약해둔 지난 주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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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김사자 』 [신입사원김사자] Ep.101 비전문직은 웁니다 "그래서 퇴사하면 뭐할건데?" "로스쿨 가려고. 한국이랑 미국 변호사 자격 둘 다 딸 수 있는 코스가 있더라고." "잘 생각했다~ 백날 사원질 해봐야 어따 쓰냐." "이럴거면 진작 갈 걸 싶기도 하고. 아무튼 몇 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야지." 또 한 명이 떠났다. '김사원'에서 '킴변'이 되기 위한 먼 길을 떠났다. 연수원에서 회삿밥 첫술을 함께 뜨던 입사 동기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1년 차엔 기대와 다른 회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