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2022. 7. 27. 하관: 어느 마기꾼의 고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가 하관을 잃어버린 시절이 있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진 대륙발 역병이 세계를 휩쓸면서 모두가 입과 코를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다닌 날들이었다. 정책이 완화된 지금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지만 아직도 거리의 대부분은 맨얼굴이 아니다. 감염 걱정이 되어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데, 그냥~ (벗는 게 어색해져서 쓰고 다녀)" 같은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답답하다며 정책 변경일 출근길부터 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졌지만서도 굳건하게 코와 입을 가린 인파 속에서 눈치가 보여 마스크 줄을 다시 양귀에 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관을 감춘 자들 사이에서 홀로 드러내고 있자니 희한하게 발가벗은 느낌 마저 들었다. 1미터 뒤에서 마스크를 벗고 걷던 하늘색 셔츠 아저씨도.. 『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2022. 7. 22. 여름철, 우리가 좋아하던 맛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서 어제 산 복숭아를 꺼냈다. 하나에 무려 2,900원이나 하는 황도. 가격이 꽤 되길래 마트에서 집고도 한참을 고민했는데 소개글 속 ‘말랑말랑’ ‘달콤한’ ‘과즙 팡팡’ 3연타를 맞고는 어느새 카트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과일이나 짜장면 가격이 월급보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요상한 시국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어느새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돼버렸으니까.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철과일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하다니까. 과일을 꽤 좋아한다. 하지만 챙겨 먹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나가서 사 오는 경우는 더더욱 잘 없다.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 귀찮아서일 거다. (깎아다가 주면 한소쿠리를 줘도 다 먹는다) 그런데도 봄이면 봄나물에 여름과 가을이면 또 그 철에 맞는 농작물을 잘 챙겨 먹고 있다.. 『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2022. 7. 14. 상수역 가는 The 아저씨 잠두봉선착장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삼쏘를 조진 후 친구와 헤어졌다. 합정동에서 경기도 구리시 우리집까지는 택시로 3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10분이 걸리는 거리다. 지도 앱으로 확인하니 새삼 참 멀게 느껴졌다. 동쪽으로 이사 가면서 그간 주 무대 삼았던 영등포구나 마포구로는 큰맘 먹고 나와야 한다. 택시를 부르려고 주변 건물을 두리번대다가 옆에서 출발 준비 중인 초록색 마을버스를 발견했다. 아직 시간도 이른 데다 크게 피곤하지도 않으니 돈을 좀 아껴보기로 했다. “기사님, 6호선 지하철역 쪽으로도 가나요?” “네~~네~~ 상수역~~ 갑니다~~~~” 경쾌한 목소리의 기사님은 형광 언더아머 바지에 쫄티 그리고 토시를 착용한 채 웹툰을 보고 있었다. 버스 진동에 맞춰 다리를 달달 떨며 핸들에 안기듯 기대 있는..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