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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뭐 할 거냐?”

“글 쓸걸.”

“꼴랑 이틀 쉬는 주말을 돈 안 되는 거 하느라 다 보내냐?”

“닥쳐, 인마.”

 

글을 쓴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는 말에 대고 호기롭게 쏘아붙이긴 했다만 사실 돈 안 되는 거 맞다. 가까운 친구부터 애매하게 친한 분들까지 뭐가 그리 궁금한진 몰라도 이쯤 되면 대답해 드려야하지 않을까도 싶다. 왜 돈도 안 되는 글을 주구장창 쓰냐는 그 물음에 대해서.

 

 

 

 

보통 처음엔 신기해들 한다.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몇 안 남은 아날로그 감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주위에 글 쓰는 사람 자체가 잘 없으니까.

 

그림일기에서 출발해 논술에 레포트, 보고서까지 여태 쓴 글자 수만으로도 팔만대장경을 채울 법한데도 여전히 어려운 글쓰기. 술 마시고 SNS에 싸지르는(?) 뻘글 마저도 의지 반 술기운 반으로 한참을 붙잡곤 하니 말 다 했지. 과제다, 업무다, 시키니까 그간 해왔다만 굳이 또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끔 글 써보고 싶다며 물어 오는 말엔 한번 써 보라 거들어주기도 한다. 그치만 잠시 후에 저어지는 고개. 쓰고파 하는 그 마음까지만 가겠단다.

 

야근을 늦게까지 한다거나 녹초가 될 만큼 피곤하지 않다면 랩탑 앞에 앉는 편이다. 글 한 편을 완성하려는 거창한 목적보단 다만 한 줄이라도 적고픈 마음에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금전적 이득은 없다는 점이 공공연한 함정이지만.

 

늦은 밤 깜박이는 커서 앞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얻자고 이러나 싶던 평일을 넘어 해가 저물경에야 몇 줄 간신히 적어내는 주말까지 닿길 여러 해, (사서 고생하며) 써온 글이 벌써 백 편을 훌쩍 넘었다. (엎드려 절 받기 식의) 뿌듯함과는 별개로 여전히 돈은 안 된다^^

 

소일거리 찾는 주부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부업이 직장인들 사이서도 꽤 화제다. 여가 시간을 정말 금으로 만드는 현대판 연금술사들 사이서 돈 안 되는 글자를 써 내려가고 있자면 고독한 예술인이 된 것 같고 참 묘하다. 그들은 똥이나 만든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과거 양반들의 사군자 그리기나 시조 읊기를 연상시키는 글쓰기는 할 때마다 참 고상한 여흥거리다 싶다. 경제활동에서 자유로웠던 그들의 사정과는 차이가 난다만 어쩌다보니 나 역시 신선놀음에 끼게 됐다.

 

직선 같은 회사 생활에 곡선 하나 긋고자 시작한 글쓰기였다. 출근, 퇴근, 야근, 회식 후에 다시 출근으로 이어지는 무미건조한 일상이 이젠 소재가 됐다. 근무만 하면 글감이 생기는 셈이었으니 출근이 덜 꺼려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었을 다른 돈 되는 일들을 고려한다면 분명 손해 보는 장사인 건 바보라도 알겠다만 바보처럼 계속 쓰고 싶어졌다. 다른 건 모르겠고 재밌었으니까.

 

 

왜 돈도 안 되는 걸 쓰냐고 물어오는 질문에 그냥 취미생활이라 대답하려 한다. 신박한 답변을 기대했었다면 시시할 수도 있겠지만은 거창한 의미를 엮는 것 자체가 더 억지스러울 듯 하다.

 

먹으면 먹었지 돈 낳는 암탉은 아니다 싶은 나의 글쓰기. 나가서 한다면 밥값에 커피값이 더 들고 안에서 써도 딱히 돈 들어올 건덕지는 없지만 그래도 패가망신 3대 취미라는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 수집을 생각해보면 귀여운 수준일 거다.

 

벌이까지 있다면 더 좋긴 하겠다마는 돈 안 되는 취미들이 돈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돈 벌려고 일하는 마당에 여가생활까지 그래야 한다면 인생 너무 슬프잖아. 그리고 원래 해야 하는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에 돈 써제끼는 게 제맛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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