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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교보문고 영등포 × 덜컥집⭐ 월간 책의 발견, 내책내소 코너 행사 🏡 유쾌한 내집 마련 에세이 가 교보문고 영등포점에서 팝업 행사 진행 중이에요! 영등포 타임스퀘어 2층 교보문고 '월간 책의 발견, 내책내소' 코너에서 우리의 '덜컥집'을 찾아주세요. 📖🎈 🏡 2주 간의 행사기간 동안 현장 구매시 인센스 스틱과 홀더를 선물로 드립니다^-^ 향초 켜 놓고 책 읽고 글 쓰면 집중이 을마나 잘 되게요?? (통역: 수리남의 홍어는.. 이 아니라, 영등포 교보의 인센스는 덜컥집 구매자의 것이다) 🏡 화창한 가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들러서 '덜컥집' 첫 행사 코너를 만나고 와 주세요 🙏😉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1394242 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 YES24 이 책은 ‘이러다 영영 세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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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경인방송 라디오 출연⭐ 엄윤상이 만난 사람과 책 『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유환기 작가편』 안녕하세요, "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를 쓴 유환기 작가입니다. 제 책에 관심과 애정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우선 드리며, 지난 9월 3일 아침 7시에 경인방송 90.7MHz '엄윤상이 만난 사람과 책'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신분!! 🏡📖 이른 아침부터 라디오 함께 해주신 독자분/청취자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ㅎㅎ (일찍 일어나는 새가 환기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아무도 안 일어나시려나요..?) 그래요. 저 제 책 '덜컥집'이랑 함께 라디오 나왔었어요. "너무 편하게 입고 오신 것 아닌가요?" 대본에도 없던 질문으로 시작해주셔서 무슨 보이는 라디오인가 싶었지만요 ㅎㅎ 섭외 요청주신 작가님, 매끄럽게 진행해주신 엄윤상 변호사님, 6층 딱 도착하자마자 딱 맞이해서 녹음실까지 바로 딱 에스코트 해주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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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신간 출시⭐ 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유환기 작가입니다! 제가 이번에 신간을 내게 되었습니다. 첫 작품 (대들끝) 에 이어 직장인 하이퍼리얼리즘 에세이 2탄인데요, 제목은 (aka. 덜컥집) 입니다. 언젠가 네가 집을 살 마음을 먹는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 서른이 된 어느 봄날 10년간의 남의 집살이를 졸업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집을 살 결심’! 입사 6년 차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똘똘한 재테크로 착실히 돈을 모으곤 있었지만, 사회 통념상 집을 사기엔 한참 이른 나이었습니다. 아직 결혼 계획도 없는 제가 대출을 안고 집을 살 결심을 했을 때 가족과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까지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 걸까요? 은 제가 겪은 현실적인 내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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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하관: 어느 마기꾼의 고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가 하관을 잃어버린 시절이 있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진 대륙발 역병이 세계를 휩쓸면서 모두가 입과 코를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다닌 날들이었다. 정책이 완화된 지금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지만 아직도 거리의 대부분은 맨얼굴이 아니다. 감염 걱정이 되어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데, 그냥~ (벗는 게 어색해져서 쓰고 다녀)" 같은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답답하다며 정책 변경일 출근길부터 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졌지만서도 굳건하게 코와 입을 가린 인파 속에서 눈치가 보여 마스크 줄을 다시 양귀에 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관을 감춘 자들 사이에서 홀로 드러내고 있자니 희한하게 발가벗은 느낌 마저 들었다. 1미터 뒤에서 마스크를 벗고 걷던 하늘색 셔츠 아저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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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여름철, 우리가 좋아하던 맛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서 어제 산 복숭아를 꺼냈다. 하나에 무려 2,900원이나 하는 황도. 가격이 꽤 되길래 마트에서 집고도 한참을 고민했는데 소개글 속 ‘말랑말랑’ ‘달콤한’ ‘과즙 팡팡’ 3연타를 맞고는 어느새 카트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과일이나 짜장면 가격이 월급보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요상한 시국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어느새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돼버렸으니까.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철과일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하다니까. 과일을 꽤 좋아한다. 하지만 챙겨 먹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나가서 사 오는 경우는 더더욱 잘 없다.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 귀찮아서일 거다. (깎아다가 주면 한소쿠리를 줘도 다 먹는다) 그런데도 봄이면 봄나물에 여름과 가을이면 또 그 철에 맞는 농작물을 잘 챙겨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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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상수역 가는 The 아저씨 잠두봉선착장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삼쏘를 조진 후 친구와 헤어졌다. 합정동에서 경기도 구리시 우리집까지는 택시로 3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10분이 걸리는 거리다. 지도 앱으로 확인하니 새삼 참 멀게 느껴졌다. 동쪽으로 이사 가면서 그간 주 무대 삼았던 영등포구나 마포구로는 큰맘 먹고 나와야 한다. 택시를 부르려고 주변 건물을 두리번대다가 옆에서 출발 준비 중인 초록색 마을버스를 발견했다. 아직 시간도 이른 데다 크게 피곤하지도 않으니 돈을 좀 아껴보기로 했다. “기사님, 6호선 지하철역 쪽으로도 가나요?” “네~~네~~ 상수역~~ 갑니다~~~~” 경쾌한 목소리의 기사님은 형광 언더아머 바지에 쫄티 그리고 토시를 착용한 채 웹툰을 보고 있었다. 버스 진동에 맞춰 다리를 달달 떨며 핸들에 안기듯 기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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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에세이 출간 안내] 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첫 책 출간 안내 드립니다. 그간 직장인 현생 에세이 『신입사원 김사자』 를 작성해 왔었는데요, 개중에 몇몇 에피소드를 발췌하여 에세이집을 엮었습니다 :-) 제목은 『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입니다 ㅎㅎㅎㅎ 친구들 사이선 줄임말인 #대들끝 으로 불리고 있어요 ㅎㅎ (우리한테 대들면 끝난다 ??) 사원증이 쌔삥이었던 시절부터 지방근무에 퇴사 욕구 뿜뿜인 날까지, 우리 회사생활의 거의 모든 날들을 담았습니다. 읽다보면 '어? 이거 내 이야긴데' 생각 들 것들 분명히 있을 거에요? 예비 독자님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오늘 저도 출근을 했고 또 퇴근을 해냈습니다. 직장인 라잎의 생생함을 전해드리기 위해서 퇴사 안하고 무려 6년을 참고 다니며 만들어진 책입니다ㅠㅜ 직선 같은 삶에 곡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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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9 광팔이들의 시대 고스톱을 배웠다. '노름이 아니라 재밌는 놀이'라는 손에 이끌려서. 명절 할아버지 댁에서도 마다하던 걸 이제 와서 왜 배운진 모르겠지만 알려준다니 일단 앉아봤다. 기본적인 룰만 알면 금방 칠 수 있다더니 판이 몇 번 돌자 정말로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네 번째 판에선 꽤 크게 이기기도 했고. 여러 규칙 중 ‘광박’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누군가 끗수가 가장 높은 패인 광(光)으로 승점을 냈을 때, 그걸 하나도 갖지 못한 사람은 돈을 두 배로 물도록 하는 규칙이다. 가진 자에게는 최고의 무기가 되고 없는 쪽은 가슴 졸이게 하는 이 광이라는 패는 심지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마저도 보탬을 준다. 공양미 삼백 석을 위해 인당수로 뛰어든 심청이와 비슷한 듯 다르게 우리 광이도 팔려가며. 기본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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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8 동쪽에서 귀인이 온다 연초면 특히나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 있다. 신년운세. 토정비결. 그리고 사주풀이.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즐겨보는 액티비티로 재미 반 호기심 반 확인해보는 것들이다. 초등학생 시절 종이 신문 끄트머리에 실린 오늘의 운세를 읽었을남직한 회사원들은 잔을 채우다 말고 사주팔자 앱을 검색했다. 무료임에도 꽤나 정확하다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킥킥대며 다운 받은 앱에다 생년월일 그리고 시간을 입력했고 볼이 발개진 상태로 결과를 읽어나갔다. 인생 총평, 연애 운, 금전 운... 생각보다 세분화돼 있었다. 얼추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많아 깜짝들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여자친구를 사귀면 궁합부터 꼭 확인한다며 오늘의 앱 사용을 추천한 친구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맞네, 이거 너 맞네!’ 난리 법석 떨던 세 친구 옆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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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7 실속 있는 친구들 대학교 선배가 연락 왔다. 모처럼 모이잰다. 결혼 후엔 얼굴을 보기 힘들던 형이었다. 그런 양반이 먼저 얼굴 보자 연락을 주다니, 별일이라 생각하면서 ‘참석’ 투표를 눌렀다. 금요일 저녁 도착한 약속 장소엔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결혼식이 마지막 만남이었으니 아마도 넉 달 만이었을 거다. 격주마다 삼겹살을 굽던 예전같이, 해장용 짬뽕 앞에서 떠들던 이전처럼 왁자지껄했다. 일 얘기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몇 병 비웠을까? 안주 하나 추가한다며 들어 올린 형의 손을 옆자리 친구가 가리켰다. “이야~ 형 성공했네! 손에 소나타 한대 차고 다니는구먼!” 그러고 보니 시계 찬 손목 말고도 뭔가 달랐다. 포마드로 빗어넘긴 머리에 눈부시게 흰 셔츠, 칼같이 다려진 정장 차림. 우리랑 놀 땐 삼선 슬리퍼에 기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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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6 손톱을 깎다가 소파에 기대 누워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웹툰을 슥슥 내려가며 읽는데 손가락에 달이 떴더라. 초승달 보다 얇던 손톱 모서리가 어느새 상현달 만큼 차올랐다. 여러 번 자르기 귀찮아서 바짝 깎는데도 벌써 또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보다. 언제나처럼 찬장을 열어 손톱깎이 세트를 꺼냈고 책장 구석의 진급 교육 교본을 펼쳐 아래에 깔았다. 따봉 자세로 펼친 엄지에 손톱깎이를 댔는데 깎아야 하는 모서리 라인이 잘 안 보였다. 별생각 없이 앉은 자세가 하필 창문을 등진 모양새였다. 해를 등지고 앉았으니 당연히 눈앞이 어두울 수밖에. 움직이기 귀찮아서 그냥 덜 보이는 대로 자르기로 했다. 남 손도 아니고 매일 같이 함께 한, 하루에도 수백 번은 봐왔을 손톱 열 개 정도야 눈 감고도 다듬을 테니까. 어두운 방 안에서 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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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5 채식만은 힘들겠지만 채식을 더 해보게요 친구가 홈짐을 차렸다기에 구경 갔다. 청파동 빌라 거실에는 어엿한 프리 웨이트 존이 형성돼 있었고 새로 들였다는 기구들을 만져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집 안에서 바벨에 원판 끼워 데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니! 기가 막혔다. 방 안에서 밀리터리 프레스가 가능하다니! 코가 막혔다. 헬창들의 목표인 홈짐을 마련한 그는 꿈을 이룬 청년이었다. 팔짱 낀 채로 방문객들의 리액션을 감상하던 청파 GYM 관장님께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기막힌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쨘~ 이거 봐라.” “오~! 뭔데 이게?” “콩. 물에 불린 거. 병아리콩, 렌틸콩, 강낭콩 삼종 세트다.” “이야~! 콩! 근데 이걸 어따 쓰는데?” “먹어야지. 밥할 때도 넣고 샐러드에도 넣어 먹고.” 응~ 먹으려고 불리는 거라는 건 나도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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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4 템플스테이의 반항아들 지하철 9호선 봉은사 역의 ‘봉은사’가 정말로 봉은寺였음을 알게 된 건 우습게도 얼마 전이었다. 서식지인 여의도에서 꽤 먼 거리이기도 했고 갈 일도 없어 관심이 없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사찰이 도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친구에게 받을 게 있어 봉은사 역 어귀에 위치한 그의 집 쪽으로 향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한참은 남았기에 1번 출구로 나와 어슬렁 걸음으로 대로를 걸었다. 초 역세권이니 숲세권이니 말도 안 되는 좋은 조건의 집을 더 말이 안 되는 가격에 판다는 부동산 현수막을 지나니 역과 같은 이름의 사찰이 정말로 있었다. 올려다보면 눈이 시려오는 테헤란로와 삼성로 고층 빌딩들 옆 봉은사는 특히나 나지막했다. 하지만 소재로 쓰인 목재의 질감만큼 균형 잡힌 높이와 그 너비는 되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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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3 기꺼이 저녁밥을 짓는 마음 깨끗이 손 씻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두부 한 모, 팽이 버섯 한 봉지, 청홍고추 각 하나씩, 깐 마늘 일곱 알에, 대파 반대, 찌개용 돼지 목살 200g, 그리고 묵은 김치. 꺼낸 고기에 칼집을 살살 내어 생강가루로 잡내를 잡고 소금이랑 후추로 밑간을 했다. 전골용 냄비에 올리브기름을 둘러 설렁설렁 볶는다. 메조 포르테의 속도로 지글대는 소리에 반해 안단테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내 손. 이젠 불을 살짝 줄이고 두부와 버섯을 숭덩숭덩, 파랑 고추를 어슷하게 송송 썰기. 중식 셰프처럼 마늘을 칼로 탕 내리쳐서 한방에 빻고 싶었는데 잘 안되는 건 아마도 장비 차이인가 봐. 김치를 참기름에 살짝 버무려서 냄비에 투여해 함께 볶다가 물 두 컵, 간 마늘 한 술. 간장과 고춧가루도 한 숟갈씩 넣어줬다. 이제부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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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2 왜 돈도 안 되는 글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주말 뭐 할 거냐?” “글 쓸걸.” “꼴랑 이틀 쉬는 주말을 돈 안 되는 거 하느라 다 보내냐?” “닥쳐, 인마.” 글을 쓴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는 말에 대고 호기롭게 쏘아붙이긴 했다만 사실 돈 안 되는 거 맞다. 가까운 친구부터 애매하게 친한 분들까지 뭐가 그리 궁금한진 몰라도 이쯤 되면 대답해 드려야하지 않을까도 싶다. 왜 돈도 안 되는 글을 주구장창 쓰냐는 그 물음에 대해서. 보통 처음엔 신기해들 한다.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몇 안 남은 아날로그 감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주위에 글 쓰는 사람 자체가 잘 없으니까. 그림일기에서 출발해 논술에 레포트, 보고서까지 여태 쓴 글자 수만으로도 팔만대장경을 채울 법한데도 여전히 어려운 글쓰기. 술 마시고 SNS에 싸지르는(?) 뻘글 마저도 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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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1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기억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피하고 싶던 경험은 충치 치료였던 것 같다. 처음 치과 가던 날, 코 끝을 찌르는 특유의 냄새에 온몸을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서운 냄새에 후각을 지배 당한 것에 모자라 더 무서운 소리까지 들려왔다. 뭔가를 깎고 자르는 듯한 효과음이었다. ‘위잉 윙-’ ‘쉬이-이익’ 할아버지 동네 철물점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날카로운 마찰음에 엄마 손을 더 꼭 붙잡았다. 내 마음도 모르는 얄미운 간호사 누나가 진료실로 데리고 가기 전 까지었지만. “자, 이제 입 한 번 크-게 벌려볼까? 아~” 친절한 의사 선생님에게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의 마녀도 첫 등장 땐 세상 다정한 할머니였으니까. 어쨌든 이미 분위기에 위압되어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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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10 반품 연대기 : 초록이, 상담원 그리고 냉장고 목이 말라 냉장고 문에 손을 댔다가 그냥 찬장에 쟁여뒀던 물을 꺼내 마셨다. 미지근한 목 넘김이 별로였지만 그 녀석을 마주하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매주 토요일엔 한 주간 먹을 식량을 배송받곤 한다. 대문 앞에 놓인 커다란 종이봉투에 잠시 흐뭇해한 후 곧바로 급해지는 마음. 빨리 냉장고에 넣어줘야 하는 신선식품이 이번 주엔 특히나 많았다. 5일간 열심히 출퇴근했으니 주말엔 단백질 혹은 프로틴을 섭취해 줘야 마땅했다. 신중한 고민 끝에 뫼시기로 한 건 제주에서 오신 흑돼지님. 비닐 뒤로 보이는 고기색이 살짝 짙어 보이는 듯했지만 흑돼지님 용안은 원래 그런가 보다 하며 포장을 뜯었다. 선홍빛 살코기와 하얀 비계 그리고 그 옆 초록색 부분. 초록색? 초록색이 왜 있지?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들여다봤지만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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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09 예민하게 그냥 보통날처럼 토요일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다섯 시간밖에 못 잤지만 블라인드 사이로 콕콕 찔러대는 햇빛이 성가셔서 그냥 떠 버렸다. 누운 채로 웹툰을 들여다보던 시야에 뭔가 포착됐다. 방바닥의 머리카락. 긴 머리카락. 지난주에 여동생이 왔다 간 뒤 바로 청소를 했는데 어디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 10평짜리 집에 무슨 영화처럼 숨어 사는 사람이 있을 것도 아니고. 그대로 일어나서 청소기로 바닥을 주르륵 훑었다. 출근하는 날엔 겨우 힘이 들어가는 다리를 머리카락은 너무 쉽게 일으켜 세운다. 손 씻으러 들어간 화장실 바닥에도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 얇은 한 올 한 올이 어찌 쏙 눈에 들어온진 모르겠으나 곧바로 샤워기를 틀어 쓸어 보냈다. 이건 고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곧 다시 쌓일지라도 일단은 치워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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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08 그날의 분위기 평소보다 10분은 이르게 집에서 나선 아침이었다. 금요일 다음으로 행복한 목요일. 기분 좋게 사무실로 들어와 인사를 했다. “굿모닝~ 안녕하세요!” 평소 같았으면 “응~ 안녕~” 다정 무심히 받아줬을 대각선 선배가 말없이 눈짓을 했다. 크게 한 번 동그래졌다가 위에서 아래로 휙휙 움직이는 눈. 와씨, 눈썹과 턱까지 동원해 신호 보내는 걸 보면 분명 심각한 상황이다. 소리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얼른 PC를 켰다. “아니, 그러니까 정확한 사유를 대보시라니까?!!” 팀장님 목소리다. 안 그래도 큰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린 걸 보아하니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셨나 보다. ‘쾅쾅!!’ 키보드 자판이 잘 안 눌러지는지 마음이 억눌러지지 않는지 큰소리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김 없이 시작인가 보다. 그래, 뭐 오늘은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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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107 숫자랑 덜 친해요 분석은 좀 지루하구요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도로 4년을 보내며 듣던 가장 많은 말은 '경제? 보기와는 다르게 똑똑해 보여~' (보기와는 다르게? 보기와 다르게?!) 두번째로 많이 들었던 건 '경제? 어렵겠다!' (죽겠더라) 그리고 가장 많이 들던 생각은 '나 숫자랑 참 안 맞다' 중학교 땐 수학과 친해지고 싶었다. 방학이면 학원을 세개씩 다녔고 자의반 타의반 수학책만 종일 들여다본 날도 있었다. 덕분에 제법 친해졌다. 아니, 친해진 줄 알았다. 억지로 끌고 온 수학이와의 관계는 버거웠고 고등학교 2학년에 접어들며 결국 놓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돈을 불리는 법을 배우려 선택한 경제과에서는 돈을 아끼는 법을 가르치더라.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경제학의 핵심이라나 뭐라나. (아차! 싶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