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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트투어 김사자] 행복.2 인생곡의 주인공을 만나다. 리처드 용재 오닐 그리고 앙상블 디토

"남자가 봐도 반.하.겠.어."


앙상블 디토(Emsemble DITTO)의 콘서트 <디토 소사이어티> 를 만끽하고 왔다. 

특히 내가 클래식을 사랑하게 만든 두 영웅 중 한 명을 처음으로 마주한, 나로서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바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대학교 3학년 때 유투버로 활동하며 여러 영상을 보곤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추천영상으로 뜬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별생각없이 클릭하게 되었고(아직도 그때  그 영상이 왜 추천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전까진 그런거 안봤었거든)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릿속이 환해지는 전에 없던 경험을 하게 됬다. 그때 그 곡을 연주한 사람이 바로 리처드 용재 오닐느님.


바이올리니스트인지 알았는데 듣도보도 못한 비올라라는 악기를 연주한 비올리스트라는데, 비올라가 어떤 악기인지 대게 잘 못 들어봤을거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약간 큰 현악기인데 음색도 살짝 더 중저음의 부드러운 음이 난다. 쉽게말해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현악기 중 중간 음색의 위치다. 그렇다보니 연주시 중간역할, 즉 전체적인 합주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해가 되시나? 남자들은 머리가 더 복잡해지지? 음 축구로 따지면 미드필더 홍명보나 지단같은 존재라면 느낌이 오려나ㅎㅎ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닮아간다고 하는데,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는 자신감이, 첼리스트들에게는 진중함이, 그리고 비올리스트들은 부드러운 중재자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앙상블 디토를 이끄는 리처드 용재 오닐이 비올리스트인 것도 이 이유에선가? 이쯤에서 김사자의 추천곡 하나 듣고 가자. 오늘의 첫 곡은 위에서 말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Schubert - Arpeggione Sonata).


https://youtu.be/S0YLqYI6x1A (출처: Youtube)

▲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나의 인생곡. 너의 인생곡이 될 수도 있다. 한 번 들어봐.




2030세대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클래식 공연! 클래식계의 아이돌!

리처드 용재 오닐을 필두로 형성된 클래식 프로젝트 그룹, 앙상블 디토를 수식하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클래식과 대중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그룹 앙상블 디토는 매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돋보이는 공연을 선사하곤 했다. 락그룹 부활의 멤버가 주기적으로 바뀌지만 그룹은 계속 유지되어오듯 앙상블 디토도 기존 멤버가 나가고 새로운 인원이 들어오곤 한다. 먼젓번에 만난 스테판 피 재키브와 지용 또한 디토의 멤버였다. 이번 공연에서 만난 멤버들 중에서도 뉴페이스가 많았다. 20대가 대다수였는데 그래선지 더 신선하고 풋풋한 느낌이었다. 뒷좌석 아주머니들은 계속 탄성을 자아내시곤 했다. "아이고 눈이 정화되네~"

공연 시작 때 박수소리와 함께 등장한 그들. 씩 웃는 모습이 아직 어린티가 솔솔나는 개구쟁이 청년들이었다. 그런데 왠걸? 자리에 앉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이 친구들, 프로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유치엔 챙.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 대니 구.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

그리고 게스트로 참석한 비올리스트 아오 펭과 첼리스트 여윤수.


이 남자들. 매력터진다. 음악을 가지고 논다. 덩달아 나도 함께 논다. 개개인이 모두 색깔이 있었는데 디토라는 이름하에 모인 그들은 그보다 더욱 강력했다. 앙상블 디토의 DITTO는 18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에서 성행했던 기악곡인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의 줄임말인데, '기분전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디베르티멘토는 일반적인 교향곡이나 소나타보다 가볍고 쉬운 느낌의 곡의 형식을 말하는데, 클래식을 대중이 보다 쉽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앙상블 디토의 슬로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DITTO라는 영어표현이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네게 동의해'라는 의미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선사하겠다는 이들의 결의가 다시 한 번 돋보인다. 


▲ 앙상블 디토의 이번 공연 <디토 소사이어티> 리플렛. 존멋.


▲ 오늘의 공연장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저 곳에 서면 어떤 느낌이 들까?


자 이제 오늘 소개할 앙상블 디토의 공연에 대해 좀 더 궁금해지셨나?

믿고 따라와요 틀림없이 즐길테니.





앙상블 디토의 이번 공연의 제목은 '디토 소사이어티'다.

음악으로 대중과 하나되어 공감하고 싶다는 디토의 모토가 물씬 풍기는.


공연은 총 2부로 이뤄져있었는데, 오프닝은 토마스 아데스의 캐치(Thomas Ades - Catch)로 산뜻하게 시작됬다. 연주를 직접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특이하게도 연극적 요소가 들어간 곡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이 서로 합을 맞추는데 여기서의 주인공은 클라리넷이다. 곡이 시작되면 다른 연주자들은 악기 앞에 자리하고 앉아 있는데 클라리넷 연주자의 자리만 덩그러니 비어 있다. 클라리네스트는 연주 내내 요리조리 돌아다니고 나머지 악기들은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또 약하게도, 세게도 연주하며 클라리넷을 잡으려 한다. 느낌이 오나 몰라? 궁금하지? 그럴 줄 알고 밑에 링크 하나 걸어놨다. 취항에 따라 이 곡을 정말 좋아할 수도, 아니면 살짝 난해하거나 산만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바로 그 점이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fvIlwDKTV3Y (출처: Youtube)

▲ 토마스 아데스의 캐치. 발랄한 무언극 한 편을 보는 새로운 느낌을 즐길 수 있으리라.



1부는 모차르트의 클라레넷 오중주(W.A.Mozart - Clarinet Quintet in A major, K.581)였는데 이때부터 고비를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조명도 은은한데다가 주위는 쥐죽은듯 조용한 와중에 달달한 음악까지 흐르니 졸기 딱~ 좋은 분위기구만. 특히 뒷자리 어르신이 많이 피로하셨는지 코를 고시더라ㅜ 도롱도롱으로 시작해서 드르렁거리는데 크왕크왕 까지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할배요 잠은 집에서 주무세예~~ 사실 나도 피곤해서 거의 반 정신놓고 들었다.. 안그래도 정신없는데 편안한 음악까지 귓가에 맴도니 회복불가능 수준으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피리부는 사나이한테 홀린 수준이었다.

가요를 듣다보면 JYP가 쓴 곡인지 트와이스 건지 블랙핑크인지, 노래에 작곡가나 가수의 스타일이 묻어나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 않어? 클래식도 똑같다. 조금 듣다보면 작곡가들 특징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곡도 듣자마자 모차르트스러운 재기발랄함과 톡톡 튀는 개성이 마구 배여있었다. 아 이 곡 좋은데~ 증~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읎네~ 직접 한번 들어보자.


https://youtu.be/cKR9lUMH5rM (출처: Youtube)

▲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의 1악장. 2, 3악장도 옆에 탭보면 있다. 불면증 올 때 들으면 직빵.



개인적으로 2부 차이코프스키의 현악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P.I.Tchaikovsky - Souvenir de Florence in D minor, Op.70)가 정말 기대 됬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작품 다들 알지? 그걸 발레로 차이코프스키가 만들었었는데, 그 작품에 에너지를 너무 쏟아부었는지 이탈리아 피렌체로 쉬러 갔던 차이콥형. 근데 이 피렌체라는 곳이 르네상스의 자취로 가득한 도시란 말야. 예술혼이 어디 가만 있었겟어? 쉬러갔다가 다시 또 작품활동을 하던 차형은 이 피렌체의 정기?와 추억을 가득 담은 곡을 하나 남기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바로 앙상블 디토가 연주한 <플로렌스의 추억>. 예술가들은 낭만 작살이다 그치.

플로렌스의 추억.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의 첫 도입부를 들을 때면 늘 소름이 끼친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

아 말해 뭐해, 귀르가즘ㄱㄱ. 차이코프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


https://youtu.be/vWBKzYIMj9w?list=PLIPdCDfuYgPi8mfUD5Sy_PAqmlH_MF7a7 (출처: Youtube)

▲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연주된 플로렌스의 추억. 나의 또다른 영웅인 클라라주미강과 정명화선생님이 연주하셨지.


이 곡은 현악6중주곡이다. 말 그대로 현악기 6개가 모여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데 앙상블 디토의 저력이 확실히 느껴진 곡이 아닐 수 없다. 위에 링크 영상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곡은 보통 각각 따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첼리스트들이 모여서 연주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앙상블 디토는 팀단위로 움직이는 클래식 그룹이다보니 오랜 기간 눈빛과 마음을 맞춰오던 사람들이 연주하게 되니 더욱 잘 맞아떨어지는 연주를 보여줄 수 있었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장점을 더 부각시키거나 단점을 메꿔주는 연주가 가능했을게다. 팀웍으로 다져진 디토만의 색깔과 강점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


▲ 공연 후 무대인사 중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앙상블 디토. 보기만해도 기분 좋은 웃음이다.


▲ 공연 후 진행된 팬사인회. 앙상블 디토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들. 빨리 보고싶어도 조금만 더 기다리자. 추락주의.


▲ 리처드 용재 오닐느님 영접 성공했다. 옆은 첼리스트 문태국씨. 표정 지못미ㅜ 




팀웍. 영어로도 팀웍. 같은 비전을 향해 꾸준히 함께 달려나간다는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해본 사람만이 진정으로 알 것이다. 당장 대학생때 팀플할 때만 해도 어땠나. 4명이랑 3개월간 함께하는 것도 핵어려웠는데. 그런데 앙상블 디토는 그걸 10년 동안 해왔다.  


클래식의 대중화와 공감. 이 열망으로 시작된 클래식 그룹 앙상블 디토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10주년. 말이 쉽지 제법 길고 긴 세월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도 졸업하고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되는 시간이 10년이다. 그 시간동안 묵묵히 길을 갔다니.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즐기고 앙상블 디토에 환호하지 처음엔 아마 쉽지 않던 여정이었을게다. 자기 한 몸챙기고 본인 삶을 살기에도 바쁜 시간을, 대중과 나누기 위해 그리고 어린 음악가들의 성장과 함께하기 위하여 리처드 용재 오닐은 투자했다.

'용재'라는 그의 미들네임은 2002년에 한국방문시 선물받은 이름으로 용기와 재능이라는 뜻이다. 그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앙상블 디토를 만들고 클래식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그의 도전은 분명 이 용기와 재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용기가.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 앙상블 디토는 대중에게 클래식의 문을 열어주는 노력임에 동시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설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음악은 나눈다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내가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는 사람에게 반하고, 또 존경을 보내는 이유이다. 나눔. 함께. 공감. 과연 우리 중 몇 명이나 이렇게 삶의 목표를 이루기위해 달려나가고 있을까?


디토의 10주년을 축하한다. 공연 후 무대인사에서 용재형이 말한대로 앞으로의 10년도 응원한다. 또 기대해본다.

공연 후 마주잡으며 나눈 손의 온기처럼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아름다운 행복을 우리에게 공유해 줄 수 있길.


공연 리플렛에 써있던 리처드 용재 오닐의 한 마디를 다시 상기하며 오늘의 행복 되새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연주한다는 건,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결국 '나눈다'는 것이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