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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김사자] Ep.87 젊은 그대, 젊은 꼰대

BBC Word of the Day에 자랑스런 한국 단어가 소개됐다.

'KKONDAE':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 (and you are always wrong)

BBC 브랜드 파워덕이었는지 시대의 부름을 받은 영향이었는진 몰라도 거의 모든 매체에서 '꼰대' 특집이 성황한 지난 가을, '꼰대' 신드롬은 회사를 구석구석 뒤흔들어 놓으셨다.

 

90년대생들 기준에서의 '꼰대' 대상자들은 세 부류로 나눠진다. 일단 BBC 기사 내용을 한번에 못 알아듣고 다시 말해 주면 영화 내용 듣듯하는 (사실 본인 이야기인데) 그룹, 별 말 않고 관심도 없다는 듯 반응하나 그 단어를 만든 어린 놈들의 예의없음이 괘씸해 담배 하나 더 꺼내 문다는 그룹, 기사 링크를 먼저 공유하고 "○○님이 꼰대신거 아니에욬?ㅋㅋ" 장난을 주고 받는 분들까지. 젊은 꼰대 주의보가 울리는 그 곳엔 사원들도 있다. 구석에서 입만 웃으면서. (º▽º)

 

 

그룹 연수 동기들과의 연말 모임이었다. 대화는 신입사원 교육 중 봤던 야구 경기에서 최근 근황으로 넘어갔다. 입사 5년 차에 접어드니 이젠 다른 곳보다 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아직 사원들이기에 한소리씩 들은 일화들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젊은 선배들과의 사건(?)들이 많이 나왔다. 물꼬가 트이니 화수분처럼 샘솟던 이야기는 1년 만에 이른 퇴사를 한 형의 말로 마무리됐다.

 

"형님 누님들이 달려드시면 그땐 정말 답이 없다.."

 

묵직하지만 단순한 직구만 던지던 전통 꼰대 세대들에 비해 젊은 꼰대들은 투구에 변화를 주고 있단다. 대놓고 꼰대짓하면 욕 먹게 되니 뒤에서 뭐라하는 위협구를 시도하기도, 90년대생 요즘 애들 태도가 맘에 안들어 몸 쪽 꽉찬 빈볼까지 던지기도 한다. (가끔씩 그런 공마저 따악 따악 쳐대는 멘탈 만렙 신입들이 있기도 하다!) 안타 한번 치길 바라긴커녕, 다치지 않고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매번 타석에 서는 신입들이다. 듣기만 해도 꼬장꼬장함이 연상되는 단어 '꼰대'. 발음도 어려운 와중에 입에 더 착착 감기는 '젊꼰'까지, 누구 작품인진 몰라도 정말 잘~ 지었수다!

 

 

 

 

묵직하지만 단순한 직구만 던지던 전통 꼰대 세대들에 비해 젊은 꼰대들은 투구에 변화를 주고 있단다. 대놓고 꼰대짓하면 욕 먹게 되니 뒤에서 뭐라하는 위협구를 시도하기도, 90년대생 요즘 애들 태도가 맘에 안들어 몸 쪽 꽉찬 빈볼까지 던지기도 한다. (가끔씩 그런 공마저 따악 따악 쳐대는 멘탈 만렙 신입들이 있기도 하다!) 안타 한번 치길 바라긴커녕, 다치지 않고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매번 타석에 서는 신입들이다. 듣기만 해도 꼬장꼬장함이 연상되는 단어 '꼰대'. 발음도 어려운 와중에 입에 더 착착 감기는 '젊꼰'까지, 누구 작품인진 몰라도 정말 잘~ 지었수다!

 

기준점을 과거의 자신에게 맞추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나 때는 말이야'. 아버지와 삼촌들적 시대 그리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엄격, 근엄, 진지하게 시공간을 가득 메워 온 단골 멘트다. 지금의 태평성대를 맨손으로 일궜다는 영웅들의 연설은 한없이 어리고 부족해만 보이는 젊은이들을 청중 삼아 기약 없이 진행된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세상 좋~아졌다!' 는 추임세로 경험과 세월의 격차를 일깨워 주면서.

 

90년생들이 신입사원 생활을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세상이 여러모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시대 저격 유행어 '라떼는 말이야~' 가 등장했다. 젊은 세대는 저 말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껴 금세 시큰둥해했으나 정작 풍자의 대상들이 주 사용층으로 자리 매김했다는게 재밌다면 재밌는 점! 회식자리에서마다 주거니 받거니 그들만이라도 즐거워하니 어떤 의미에선 성공한 유행어이려나?

 

"꼰대로 정의하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해?"

"꼰대들은 기본적으로 상대방 이야기를 안 듣지.."

"젊은 꼰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걔네가 더 짜증난다.. 조금 더 안다고 윗대가리들 행동 그대~로 따라하는거. '이러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아, 또 빡치네.."

 

 

꼰대라는 감투 아닌 감투를 쓴 사람들은 사오십대의 차부장들이었다. 언젠가부턴 젊은 과장과 대리들이 그 정신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원급들의 출애굽기가 막을 연 때다.

 

전통적인 꼰대들이 단단한 등껍질의 거북이라면 젊은 꼰대들은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고슴도치다. 많아봐야 대여섯 나이차 선배들은 불과 몇 해 전 본인 모습이었던 신입사원의 생각이 훤히 보인다. 그간 먹은 회삿밥에서 얻음직한 노련함, 비교적 젊은 육체에 소리 소문 없이 깃들게 된 사내 웃어른들의 마음가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젊은 꼰대는 탄생한다. 이들이 홈그라운드 텃세를 등에 업고 군기를 잡으려 마음을 먹으면 후배 앞엔 천길 가시밭길이 펼쳐지고야 만다.

 

후배를 위해서란다. 힘들고 어쩌고 해도 어쨌든 버텨서 해내면 후배가 성장하는 건 맞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 의도는 좋아. 열어보고 까보고 뒤집어보면 세상에 순수하게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잘 없으니깐. 하지만 만약 그 명목 뒤에 보상 심리가 숨어 있다면 '나도 했으니까 너도 해야 한다'는 권위적 전통의 세습이 되풀이 된다는 점도 인정하자.

 

꼰대라는 단어는 두 뱡향에서 해석될 수 있다. 시공간 차원에서의 꼰대,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서의 꼰대. 사회인들은 나이나 직급별로 범주화된 각자의 시간대 속에서 살고 있다. 촌스러운 김부장님표 유머도 김사원일적엔 가장 유행한 거란다. 옛 술문화의 대명사인 건배사도 돌아가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하던 술게임이었을 거다. 지금 꼰대들더러 '꼰대' 라고 부르는 것처럼, 10년 뒤 후배들은 같은 의미의 다른 이름으로 우릴 칭하겠지. 시간이 흐르며 모두가 '꼰대'가 되어 갈 거니깐.

 

적어도 후배 입에서 '꼰대 XX'가 아니라 '그래도 괜찮은 사람'으로 불리는 게 좋을 거다. 이해하긴 어렵더라도 인정은 할 줄 안다면, 말하고 싶은 만큼 들어준다면, 약자 앞에서 부드러워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면 그 언저리에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훈훈한 상상 후에도 아직 사원이었다.. 악습의 실타래를 끊어낼만한 위치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한참은 더 남았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오늘도 견디고 참아낸다. 꼰대가 꼰대인지 알면 꼰대겠냐만, 젊은 그대, 혹시 젊은 꼰대심을 아시련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