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2022. 7. 27. 하관: 어느 마기꾼의 고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가 하관을 잃어버린 시절이 있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진 대륙발 역병이 세계를 휩쓸면서 모두가 입과 코를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다닌 날들이었다. 정책이 완화된 지금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지만 아직도 거리의 대부분은 맨얼굴이 아니다. 감염 걱정이 되어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데, 그냥~ (벗는 게 어색해져서 쓰고 다녀)" 같은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답답하다며 정책 변경일 출근길부터 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졌지만서도 굳건하게 코와 입을 가린 인파 속에서 눈치가 보여 마스크 줄을 다시 양귀에 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관을 감춘 자들 사이에서 홀로 드러내고 있자니 희한하게 발가벗은 느낌 마저 들었다. 1미터 뒤에서 마스크를 벗고 걷던 하늘색 셔츠 아저씨도.. 『대기업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2020. 5. 4. [신입사원김사자] Ep.100 그래서 이번엔 감사해보기로 했다 입사 4주년을 맞아 옛 메일 계정을 열어봤다. '○○ 채용담당자입니다' 로 시작하는 메일이 한움큼이다. 지금은 사용 않는 이 계정에 2016년 신입사원 공채 땐 하루 몇 번이고 접속했었다. '안녕하십니까' 건조하게 인사하는 메일을 지나다 드디어 조금 친밀한 느낌의 '안녕하세요' 가 나왔다. 서류가 제출됐다는 확인 메일, 면접에 대한 공지와 그 결과들을 넘어 합격자 건강검진 요청이 왔을 때쯤이었을 거다. 가장 위에 있는 메일은 채용페이지 장기 미접속 회원 정보 삭제 안내였다. 1년 이상 로그인 기록이 없는 회원의 정보를 폐기할 예정이라 공지한게 2017년이니 내 입사 지원서는 이미 삭제됐겠지. 취업의 기쁨과 감사한 마음도 덩달아 사라지기 시작한 그 자리엔 슬픔과 고됨이 비집고 들어왔다. 홈화면으로 빠져나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