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글, 그러다 새벽글』
2022. 7. 27.
하관: 어느 마기꾼의 고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가 하관을 잃어버린 시절이 있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진 대륙발 역병이 세계를 휩쓸면서 모두가 입과 코를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다닌 날들이었다. 정책이 완화된 지금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지만 아직도 거리의 대부분은 맨얼굴이 아니다. 감염 걱정이 되어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데, 그냥~ (벗는 게 어색해져서 쓰고 다녀)" 같은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답답하다며 정책 변경일 출근길부터 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졌지만서도 굳건하게 코와 입을 가린 인파 속에서 눈치가 보여 마스크 줄을 다시 양귀에 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관을 감춘 자들 사이에서 홀로 드러내고 있자니 희한하게 발가벗은 느낌 마저 들었다. 1미터 뒤에서 마스크를 벗고 걷던 하늘색 셔츠 아저씨도..